[여행기] 2023년 일본 도쿄_2일 차 (아키하바라~도쿄~긴자)
2일 차: 아키하바라~도쿄~긴자(미피를 찾으러 떠나는 여행)
a. 아키하바라
수년 전 다른 친구와의 도쿄 여행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이라면 단연코 [아키하바라 秋葉原]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첫 방문 시 너무 충격받아 다음날 일정을 수정해서 또 왔었다는...) 워낙 다양한 경로를 통해 '명성'을 들었기도 했고, '서브컬쳐력(=덕력)'을 조금(...) 가진 저에게 아키하바라는 큰 충격이었고 기억에 남았기 때문에 이번 여행에서도 친구F와 함께 다시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워낙 유명한 곳이니 다 아시겠지만...
그렇다고 이런 곳에서 피규어나 굿즈 등의 목적이 있던 것은 아니고, "있으면 좋겠다" 정도의 마음가짐인 저에게 있어 피규어같은 굿즈에 지갑을 여는 게 쉽지는 않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구경할 겸, 동생이 부탁한 조카의 '미피' 도시락통도 구할 수 있겠다 싶어 겸사겸사 (본격적인) 도쿄 첫 여행지로 잡았습니다.
친구F의 집이 있는 미타카에서 아키하바라는 "주오선"을 타고 30분 정도 걸렸습니다.
그렇게 도착한 아키하바라!
수년 전에 비해 크게 바뀐 건 없는 것 같았습니다. 굴다리(?) 근처에 있던 SEGA의 아케이드는 폐업했고, 다른 아케이드로 바뀐 것 같았으나 여전히 길거리에서 호객하는 메이드 눈나들, 코토부키야 같은 유명한 피규어-굿즈 샵은 그대로였습니다.
한 바퀴 돌고, 친구 F가 점심으로 근처에 있는 유명한 '펜케이크'집에 가자고 제안했습니다. 찾아보니 평점도 좋고 주변에서 인기인 가게! 요도바시 멀티미디어점의 상층 식당가에 입점되어 있는 곳이었습니다.
b. 하지만 중화식 점심!
끝나고 요도바시 카메라도 둘러볼 수 있으니 딱이다 싶어 이동했으나... 팬케이크(원래는 프렌치토스트 집) 레스토랑에 도착해 보니 점심시간에 겹쳐 대기가 엄청났습니다. 친구도 저도 많이 배고팠던 상태라 기다리긴 좀 그렇고, 대안으로 식당가에 있는 아무 식당이나 가자고 하여 괜찮아 보이는 일본식 '중식당'인 [Wan Zhu Ji 万豚記]에 들어갔습니다.
매니저? 정도 급으로 보이는 중년의 직원분이 굉장히 친절히 맞아주었지만, '학습된 친절함이다'라는 느낌을 매우 강하게 받았습니다. (이건 일본 여행에서 간간히 느끼는 점이긴 합니다.) 일본어를 완벽히 하는 저는 아니지만, 그간 쌓아온 '덕력'을 통해 말투에서 느껴지는 미묘한 차이정도는 느낄 수 있었던지라... 단연코 불쾌하진 않았으나 그렇다고 친절하다고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아무튼 점심시간이라 대기는 조금 있었고, 잠시 대기 후 테이블에 앉을 수 있었습니다.
내부에는 가족단위, 그리고 친구와 함께 온 일본인 분들이 많았고 관광객과 외국인은 저와 친구밖에 없었습니다. 매운 것을 못 먹는 친구는 중화라멘을 시켰던 것으로 기억하고, 저는 조금 맵다는 탄탄멘과 함께, 같이 먹을 동파육을 주문했습니다.
우선 동파육은 제가 먹어봤던 중국 동파육에 비해서 조금 '맑은' 느낌의 소스였고, 고기가 생각보다 퍽퍽해서 별로였습니다. 탄탄멘의 사진 상 비주얼은 좀 많이 '지저분'해 보이지만 맛은 그런대로 괜찮았습니다. 조금 매운 편이긴 했으나 한국인이라면 적당히 먹을 정도. 하지만 다시 방문할 정도의 맛은 아니었습니다.
계산하며 동전을 털고 싶어 동전 사용+남은 금액을 카드로 계산할 수 있냐고 물어보았지만, '학습된 친절'의 말투로 단호히 안된다며 거절당했습니다. (일본 사시는 분들, 원래 일본은 이게 안 되는 건가요?)
c. 도쿄역
나와서 요도바시카메라 멀티미디어점을 구석구석 살폈으나, 동생이 원하던 조카의 [미피 도시락통]은 찾지 못했고, 근처의 세븐일레븐에서 커피를 마신 뒤 어디로 가야 하나... 고민하다 구글맵(그는 신이야)에서 근처의 도쿄역에 "미피 스타일"이라는 미피 전문 판매점과 근처의 백화점 '타카시마야'에 "산리오"가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아키하바라에서 도쿄역은 한 정거장. 걸어서 30분 거리.
여기서 일본 여행에서 이동 수단의 함정(?)이 발생합니다.
4분, 한 정거장 약 1,400원(150엔)은 저에게 좀 아깝다는 생각에 걸어가기로 결정했던 것. 일본은 참 이런 애매한 구간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몇 정거장 정도면 고민하지 않고 대중교통을 타고 갈 텐데, 가고 싶은 곳을 찾아보면 애매하게 1~1.5 정거장 정도의 거리라 "에이 걸어가고 말지" 하다가 여행 중~후반 정도 되면 이런 피로가 누적되어 지치는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도쿄나 대중교통이 잘 되어있는 일본의 중-대도시를 여행하신다면, 스타일도 중요하지만 가장 편안한 운동화와 체력에 맞는 이동수단의 활용이 중요하겠습니다. (당연한 얘기긴 하나 쉽게 지켜지지 않는 것이라...)
힘들게 도쿄역에 도착하여 미피 스타일을 먼저 들렀지만 원하는 제품은 여전히 없었고, 도쿄역에서 나와 타카시마야 백화점으로 향할 땐 높은 굽의 운동화를 신은 친구가 힘들어하는 것이 눈에 보여 미안하고, 불편하기도 했습니다.
미안한 마음에 커피라도 사줘야겠다 싶어 잠시 쉴 곳을 찾자며 정말 아무 생각 없이 근처에 있던 카페에 들어갔습니다.
"Good Coffee Farms Cafe & Bar". 리뷰 4점 후반대로 평이 좋은 카페였고, 내부는 규모가 크지 않은, 소형 카페지만 흔히 말하는 '감성'을 갖춘 카페였습니다. 아니 지금 사진으로 보니 감성이라기보단 깔끔, 심플... 블루보틀 같은 느낌이 더 강했던 것 같습니다.
커피와 함께 디저트로 브라우니를 시켰고, 가격은 다소 비쌌지만 맛있게 먹었던 것 같습니다. 근처에 지나가다 생각나시면 가볼 만 하지만, 재방문은 글쎄...
조금 휴식을 취한 뒤 타카시마야의 산리오 매장으로 향했으나, 결국 도시락통은 찾을 수 없었고 귀여워 보이는 산리오 캐릭터 [마이멜로디]가 그려진 유아용 마스크만 구매한 채 긴자에 있는 "산리오 월드"로 향했습니다.
d. 긴자역
역시 이동수단의 함정에 빠져 긴자역까지 걸어갔습니다. 힘들어하는 친구에게 괜찮으니 먼저 돌아가도 괜찮다, 집에서 보자고 했으나 친구도 미안했는지 계속 같이 가겠다고 합니다.
산리오 월드 긴자. *2024년 3월 현재 "임시 휴업"상태라고 나옵니다.
결론적으로 긴자의 산리오 월드에서도 미피 도시락통은 구경할 수 없었습니다... 몸도 마음도 힘들었던 저는 근처에 있는 [무인양품]과 [유니클로]에서 저를 위한 쇼핑으로 하루를 마무리해야겠다고 다짐하고 마지막 남은 체력을 짜내 움직였습니다.
일본의 무인양품은, 단순히 (감성이 더해진) 생활용품만 파는 게 아니라 이 단정한 이미지를 이용한 다양한(깔끔해 보이는) 식재료까지 판매하고 있어 놀라웠습니다. 저는 긴 머리가 집에서는 불편해 헤어밴드와 칫솔, 그리고 샴푸 브러시를 구매했습니다.
일본의 유니클로는 한국의 유니클로와 상품 구성에서 크게 다른 것은 없었지만(가격 제외, 무지 쌈) 신기했던 건 꽃을 파는 [유니클로 플라워]와 커피를 파는 [유니클로 카페]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도쿄역에서 커피를 마시지 않았다면 한 번 먹어봤을 테지만 (가격도 매우 쌌어요), 저를 기다려주는 친구에게 미안하기도 해서 얼른 쇼핑을 끝내기로 했습니다.
살아오며 입어봤던 팬티 중 가장 편해 최근 입기 시작한 '에어리즘 심리스 브리프'가 한국의 거의 반값이라 6장 정도 구매했고 할인 중이던 아우터 2종도 싼값에 구매했습니다. (이런 환율이 계속되었으면...)
e. 미타카 복귀
결국 이날의 일정 목표였던 [미피 도시락] 구하기는 실패했고, 터덜터덜 힘든 몸을 이끌고 친구와 미타카로 돌아와 편의점(로손)에서 텐뿌라 소바, 참치마요 삼각김밥을 사 와 집에서 먹고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내일은 반드시 미피 도시락통을 구하고 말겠다는 다짐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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